라면볶이, 모이면 일품요리 소박한 요리




이제 가을 준비를 해도 될까?

그렇다고 당장 선풍기의 날개를 떼고 커버를 씌워 창고에 넣으려는 건 절대 아니고

찬바람이 조금 부니 슬슬 지긋지긋한 여름을  빨리 보내 버리고 싶어진다.

 여름내내 폐업했던 부엌도 풀가동해서

무엇보다 양많고 푸짐한 한솥을 끓이고 싶다.


고작 라면 하나 잠깐 끓였을 뿐인데 아직 땀이 흐르니

부엌 가동은 아직 이른듯 하다.



어제 저녁만 해도  나의 오늘 계획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눈 뜨니 계획을 생각하고 싶지 않고 그냥 배고픔이나 채우고 시체처럼 누워 있고만 싶었다.

 

이젠 냉장실은 얼추 다 털어먹었고 냉동실이 아직 뒤져 볼만하다.

어묵 2장, 후랑크 몇 알, 만두...




시들시들 대파, 까맣게 변한 겉잎 반을 떼어내고 남은 양배추와 쑥갓

(왜 신선한 채소들을 사다가 시들시들 말려서 먹고

왜 냉동실에 꽝꽝 얼려 먹는지 나도 모르겠다.



너구리 라면이나 하나 빈티나게 끓여 먹으려고 하니

아점치고는 라면 하나 너무 양이 적어 냉장고를 위,아래 털었다.



라면볶이, 일부러 해서 먹으려고 재료 준비를 따로 하면 너무 복잡해지니까

라면만 있다면 그냥저냥 냉동실에 있는 재료 아무거나 털어넣고 털래기(털어 넣고 끓인다고 해서 털래기라는..) 처럼

끓이면 훌륭한 한접시가 된다.

 

물은 라면 끓일 때의 1/2과 고추장 한스픈을 풀고(기호에 따라 고춧가루와 매운 청양고추)

스프는 반만, 올리고당만 양념으로 추가하면 된다.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어 풀어준 후 나머지 준비한 냉동제품과 채소를 넣고

끓여주면 된다.

떡,당면,맛살, 완자......채소는 있는 거 전부 다 괜찮다.

이렇게 넣은 게 라면 달랑 하나 끓여 먹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양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65세에나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당장 내일부터 받을 수 있다면 난 많은 걸 미련없이 포기하겠다.

오늘처럼 자며 먹으며 딱 두 가지만 했어도 너무 행복했다.

더위에 지쳐서 그런가? 이불 빨래를 해서 그런가?

하루하루 몸이 물먹은 이불마냥 축축 늘어지고 무겁다.

연금 받을 날은 아직도 멀었는데 몸은 벌써 연금 받을 나이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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