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뽀얀 국물도 있고 아삭한 오이 김치도 있고요.
" 야호, 엄마가 오신다."
아버지가 들으시면 많이 섭섭하시겠지만, 엄마가 오셔야 얻어 먹을 수 있는 게 더 많잖아요.
물론 같이 오시면 기쁨은 3배가 되지만요.
"고춧가루나 조금 주세요. 다른 건 다 있어요."라고 말해도
바리바리 싸들고 오실 걸 알았지만 죄송해서 그냥 던진 미끼 말이었어요.
엄마가 설마 고춧가루만 들고 오시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엄마표 오이김치,부추김치를 포함해서 과일과 사골국까지....
이번엔 돈 봉투까지 보이네요.
생일 지난지 오래됐는데 잊지 않고 올해도 챙겨 주셨어요.
물론 좋지만 이젠 기쁨보다 부담스러운 봉투네요.
언제까지 혼자 늙어가는 딸 생일을 챙겨주셔야 할지..
엄마도 몰라,나도 몰라...그래서 엄마는 더 슬프고 나는 더 다행스럽고..
집앞마당에서 기른 여린 부추와 실파,돌미나리를 넣고 무친 건데
이건 어디에 가도 누가 만들어도 이런 맛 안 나요.
멸치볶음
마늘,땅콩,호두를 넣은 달지 않게 볶은 멸치
두둥....
어찌하면 이런 맛이 날까 싶은 오이김치
역시 집 앞마당에서 키운 모양 별로 안 예쁜 조선오이와 부추를 넣고 만든 건데
적당한 새우젓의 맛이 나면서도 짜지 않고 아삭한...
참...이건 정말 울 엄마니까 가능한 그런 맛입니다.
제가 남들보다 요란스런(?) 입맛을 가진 건 다 엄마 탓!!(별 탓을 다 한다.)
형제가 5명씩이나 있었음에도 우리 집은 먹는 게 남는 거라는 모두의 생각으로
잘 먹었거든요.
엄마가 신경써서 잘 해주셔서 형제들 모두 입맛들이
좀 유별나긴 해요.
유별났던 입맛들은 시집가서 엉망이 됐지만 요..
(자기들이 얻어만 먹어봤지 해 보진 못했으니 음식 솜씨들은 사실 저를 포함해 모두 별로 없어요.)
두둥.두둥 사골국
사실 저는 이 국을 안 좋아해요.
동물의 뼛물까지 우려먹는 게 우선 맘에 걸리고..
(그러면서도 동물의 살은 잘도 먹으면서...)
푹푹 끓여 기름기 다 걷어내고..
얼려서 갖고 오셨어요.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가 주시지 않으면 저는 1년 365일 단 한 번도 먹을 기회가 없다는..
엄마 잘 먹었어요.
하지만 죄송한데요, 다음번에 주실 땐 1인분씩 좀 나눠서 봉투 봉투해서 주세요.
며느리야 이런 말 못 하겠지만, 딸이니까 합니다.
정말 대책 없는 건방진 딸이라고 혀 몇 번 차시고 이렇게 해주세요.넵!!
난 딸이니까..
질질...반은 흘리고...
겨우 데워 파 썰어 넣고
엄마가 주신 반찬으로 가볍게 저녁을..
엄마가 주신 반찬들 다 모여랏!!
이렇게 뭔 고기의 뭔 부위인지 한가득 들어있고요..
아마도 이 사골국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렇게 2번을 먹고 나머지 사골국은 냉동실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엄마가 더 좋아집니다.
결국, 한다는 소리가 "다음번엔 1인분씩 포장 좀 해 다 주세요." 란 뻔뻔한 말을 당당히(?)
할 수 있으니 엄마가 얼마나 더 좋습니까?
오랜만에 맛보는 엄마의 손맛, 역시나 엄마의 손에서는 맛있는 균이
나오는 게 분명한가 봅니다.
덧글
맘껏 어머니께 누리세요.맘껏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