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사장, 오늘 비도 오는데 녹두전에 막걸리 한 잔 어때? "
(1초의 생각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오늘 나 썸남이랑 썸이 있어서 말이야..."
(주위 사람 아무도 나의 썸을 믿지 않는다.) 어..그래. 썸 잘 타시길..." 굿 럭 투유" 라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그들은 안다. 내가 썸이 뭔지 모른다는 걸..
나도 안다. 그들이 그냥 해 본 말이란 걸..
하지만 난 이제 비가 온다고 술 생각이 나지도 않고 더 싫은 건 술을 마시고 바짓가랭이를 적시며 집에 들어오는 게 싫다.
그냥 이런 비 오는 날에 일찍 컴백홈 해서 궁상을 떠는 편이 낫다는 걸..
비 온다.
그래서 내가 한 일
가방도 무겁고 우산도 들고 해서 안 들릴까 하다 집 근처 마트에 들려보니 호박잎이 보인다. 보기 힘들고 귀한 여름 채소다.
썸 어쩌고 하더니 나는 결국 호박잎 한 단을 샀다.
그리고..

도대체 이 잎으론 무엇을 해야 할까? 잠깐 고민을 하다 샀다.

비가 온다고 해서 전 생각이 났던 건 아니고 냉장고에 자투리 채소가 있어 처리겸 고추장떡을 부쳤다.
이걸 엄마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무쳐야 했다면 난 분명 큼직하게 척 부쳐서 내놨을 터..
내가 저녁을 챙겨줘야 할 애가 있냐? 해장국을 끓여야 할 남편이 있냐?
남는 건 시간인데 모양새나 떨어보자 싶어 작게 작게 부쳤다.



저녁을 먹는다.
내일 나에게 분명 그들은 물어볼 거다.
"나는 어제 너의 썸남, 그것이 알고 싶다." 요러면서
전을 집어 먹으며 수박씨를 퉤퉤 골라내며 썸남에 관한 시나리오를 그래도 쓴다.
"밥 먹고 헤어졌지.."
누가 믿겠어.누가, 누군들

밥 먹고 밥 먹기 전 서너 가닥 줄기 벗기던 호박잎과 고구마 줄기를 벗긴다.

이렇게 벗기는 거다.
줄기를 툭 잘라 초록색깔의 속살이 보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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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늘도 후회한다.
"내가 이걸 왜 샀을까?"
진절 넌더리를 내면서 한 단 껍질을 다 벗기고 나니 손톱이 새까맣다.
아무리 여러 차례 깜장 물을 빼내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내일,그들은 알 거다.
내가 술 마시러 따라가지 않은 걸 후회하면서 집에 들어오는 길에 고구마줄기 한 단을 샀다는 걸..
그리고 그걸 손톱에 깜장 물이 들도록 벗기고 "이걸 내가 왜 샀을까?" 란 후회를 5백 번 쯤 했을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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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줄기 벗기다 조금 졸았더니 잠잘 시간을 놓쳐서 아직 이러고 있다.
그냥 술 마시러 따라갈 걸.
그럼 지금쯤은 술기운에 잘 자고 있을 터.



덧글
2014/07/26 18:12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4/08/05 23:3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4/08/07 16:2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그냥 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