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녀의 계절밥상(여름)-꽁치조림을 부탁해 신나라 요리

라면집 개도 3년 같이 살면 면을 삶는다는데.

근처에 사는 늙은 처녀 귀신,2는 어찌하여 자취생활 10여 년이 넘었는데도 요리를 못 해도 그렇게 못 할까요?
저는 정말 주말이 무서워요.
평일엔 밖에서 끼니 해결을 하는데 주말이면 마치 우린 주말부부인 양 밥 해결을 위해 만나요.
(사실 저도 많은 도움을 받기에 매몰차게 거절을 못 하긴 해요.훌쩍...)

"아무개야....밥"
자취하시는 분들 아시죠? 나 혼자 해결해야 할 주말 끼니조차도 번거롭고 버거운 거..


비 오는 주말!!
아침에 눈 뜨며 제일 먼저 생각난 거 하나
"오늘 분명 수제비 해달라고 하겠구나..."


.
.
.
나의 불길한 예감은 101% 적중!!
반죽했지요.
꾹꾹 주물러 손바닥만 하게 떠서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드렸죠.

"수제비 대령이요, 맛있게 드소서..."



시간이 흘러 또 주말...
(월급날은 길기만 한데 주말은 또 빨리도 온다.)

"토요일 전화,문자 없다." 야호....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 "혹시 무슨 일 있나? 궁금하거나 걱정스럽다기보다 이상했어요.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 삐리릭

"오늘은 내가 꽁치조림 해줄게.."
"정말? 정말로?"
"어...가르쳐줘..."
꽁치조림 해달라고 하면 뭐라고 신경질 부릴 거 아니까 이젠 작전을 바꾼 거죠.

"내가 널 위해 꽁치조림을 해줄게.." 로..




"꽁치조림을 해달라."고 아닌 "꽁치조림을 해줄게.." 라더니
꽁치 한 팩 5마리를 사 들고 왔어요. 달랑 꽁치만..
꽁치조림에 꽁치만 넣고 조림을 할건가 봅니다.

자랑스럽게 눈높이까지 꽁치 봉투를 치켜들고는 비닐장갑을 한 손에 두 장씩 끼고..
꽁치 씻어 절단하는 걸 알려달라고 합니다.
"꽁치 절단해 놓은 걸 사오지.."
"꽁치 손질도 해봐야지.." 헐...

머리,꼬리 떼고 배 갈라 내장 꺼내면 끝..
머리는 어찌 떼고, 꼬리는 어찌 잘라..?

비린내 난다고 오만상 다 찡그리고
칼로 머리를 어찌 자르느냐고 징징..
꼬리는 그냥 먹자며 징징..
내장은 더럽다고 징징..
나중엔 칼이 무뎌서 안 잘린다고 징징..
벽에 내장 터진 핏물 다 발라 놓고...켁


칼집을 넣으라고 하니..
칼집을 왜 넣냐며 ..버럭



마침 밥을 할거라서 쌀든물로 생선을 씻으면 비린내가 덜 난다고 씻으라고 하니
엄청 반가워 합니다.
쭈르룩......



갑자기 창문턱에 기르고 있는 로즈마리도 들고 오더니  어디서 봤다며 로즈마리를 생선에 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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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과정, 무외 양념 채소 자르는 건 생략이 됐는데..
무 껍질 벗기고 도톰하게 썰고..(도톰이 몇 센치고 가로 세로 몇 센치로 잘라야 하냐며...)
"도톰"이란 말 쓰지 말고 정확한 센치를 말해달라며 버럭..
.
.
.
결국 자가 없으니 이 정도 크기와 두께로 썰라며 지시
밑에 무를 깔고 칼집 내 손질한 꽁치를 깔고..

꽁치만 들고와서는 꽁치조림을 해준다고 하는 강도


진간장 4큰술,고춧가루 2큰술,양파 1/2개, 대파 1뿌리,마늘 4개,청양고추 3개,설탕 1작은 술,후추 약간, 생강가루 약간...

물 2/3컵


설탕의 양이 적다.(단 거 좋아해요. 친구는..)
나 몰래 한 국자쯤 더 넣는 거 같더니 달달한 꽁치조림이 완성..

꽁치조림 가르쳐 주고 목이 다 쉬어 버린 날!!


차린 것도 별로 없는 밥상이기도 했지만
설탕이 한국자쯤 들어간 달달한 꽁치조림은 너나 다 잡수세요.
저는 찰옥수수가 들어간 밥이랑 깻잎찜으로 목이 쉬고 기진맥진한 몸에 힘을 불어넣었지요.

다음부터는 그냥 정성드려 해주는 걸로..
"고갱님, 꽁치조림 말씀이십니까?"
"네...해드립죠."






덧글

  • 애쉬 2014/08/11 18:06 # 답글

    꽁치조림 만드는건 꽁치조림 만드는 이웃 만드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란 말이군요^^ ㅋㅋㅋ

    무를 먼저 익히는 게 좀 부드럽게 익지 않나요? 꽁치는 슬림하니까요

    맛있게 잘 드셨네요^^ 전 된장이나 고추장 좀 풀어넣은 걸 좋아한답니다.

    즐거운 포스팅 감사합니다.
  • 손사장 2014/08/16 23:28 #

    특별히 무가 두꺼워서 안 익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꽁치조림이 엄청 달더군요.
    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그렇게 많은데 맛없게 단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보면 안타까워요.더 나이들면 설탕을 한 수저씩 퍼 먹을지도 몰라요.
  • Ssun 2014/08/12 00:21 # 답글

    으아 친구 얄미워요!!! 저는 저한테 요리해주는 친구 있으면 넙죽 절하고 받아먹을텐데....ㅠㅠ
  • 손사장 2014/08/16 23:25 #

    이 친구가 요리만 못하지 뭐 하나 부족한 건 사실 없는 친굽니다. 평상시 제가 더 도움을 많이 받기에
    이때다 하고 제가 큰소리 치는거라.... 가끔은 얄밉긴 해요.그래도 우린 같이 늙어가는 처녀라서...말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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