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뚝배기를 꺼내 불질을 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싸늘함에 저녁엔 뚝배기를 꺼냈다.
뚝배기의 출연은 슬슬 겨울 준비를 한다는 거.
10월 초부터 뚝배기에 불질을 시작하면 내년 3, 4월까지는 해야 할 텐데
벌써 추울 거 생각하면 겁이 난다.(어릴 적, 나는 한겨울에 여자들이 목에 두르는 목도리를 이해 못 했었다. 저게 뭐야?
그랬던 내가 이젠 내복도 입는다. 위,아래 다....)
뜨거운 국물 생각이 나서 맛없게 담가진 김치로 찌개를 끓였다.
맛있는 김치라면 아까워서 망설였을 텐데 덜 맛있는 김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보글보글, 한 수저 떠서 호호 불어 간 보고 싶지 않니?
간은 내가 또 보고 싶어진다. 지금 이 시각에...

뚝배기에 끓인 찌개(된장찌개,김치찌개,청국장,두부찌개..)와 생선구이,그리고 쌀밥
더 추가한다면 계절 들꽃이 꽂힌 낮은 꽃병 하나쯤..
로망밥상이라고 하기엔 차린 것도 없는데 이런 밥을 자주 못 먹는다.

올리브 쇼 때문에 조기와 굴비의 차이를 알게 됐다.
조기는 싼 거, 굴비는 비싼 거.......아니라는 거..
짜지 않게 소금간을 한 조기, 넉넉한 기름에 튀기듯 구웠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내장 제거한 멸치만을 넣고 맵지 않고 짜지 않게 끓이는 거..

"맛없는 김치로 끓인 찌개는 맛이 없다."
이런 공식이 나올 줄 몰랐다.
맛있는 김치로 끓이면 환상적인 맛이 나던 멸치 김치찌개는 다음 기회에...
맛이 없어서 두툼한 목살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와줘....맛이 없어..."

나를 이 가을에 행복하게 하는 건 뚝배기와 뚝배기 안에서 끓은 김치찌개뿐..
이 가을에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연휴의 하루를 뚝배기 김치찌개로 행복해하며 보내고...



덧글
보기만 해도 맛있습니다~~
전 김치가 별로일 때 김치찌개맛을 내려면 김치를 볶다가 끓여요. 물론 맛좋은 김치도 김치 볶다가 끓이시는 분 계시던데 그건 뭐 더 말할 필요없이 맛있을 거고, 김치맛 별로일 때 저는 꼭 볶다 끓이니(맛아요, 김치는 돼여지고기) 먹어줄 만한 맛이 나오는 듯. :)
스웨덴의 가을 소식 좀 전해주세요.
스웨덴 단풍구경을 이곳에서라도 좀 속시원히 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