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 있어 빛나는 음식들 소박한 요리

나는 예쁜 음식이 좋다.
마치 사진을 찍기 위해 색색깔의 고명을 일부러 얹은 거 같지만 실제 나는 혼자 먹는 국수 한 그릇이라도 색깔에 신경을 쓴다.
오래 전부터 이렇게 먹고 살아서 그닥 스스로 피곤하지는 않는데 우리집에 온 지인들은 이렇게 밥상차리는 나를 피곤하게 산다며 타박한다. "국물에 달걀이나 하나 풀고 대파나 썰어 넣고 끓이면 될텐데..."
물론 안 되는 건 아니다만 나는 국물에 달걀 풀어서 어수선해진(?) 국수를 먹고 싶지 않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던가?

매번 깔맞춤을 해야할 때 당근의 부재가 너무 아쉬웠었다. "당근만 조금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
그래서 당근 좀 아쉽지 않게 얹어 보려고 당근을 많이 샀다. 5천 몇 백원 어치..(나, 대책없이 손 너무 크다.)

잔치국수를 만든다.
달걀 지단도 부치고 당근도 기름기 없이 볶고 대파의 윗대도 썰고..
(한꺼번에 당근채와 필러로 벗겨 3개를 볶아놨다.)

당근채, 너무 과했다.
고기도 아닌 당근을 이렇게나 많이 얹었다고 해서 분명 더 예쁘다거나 맛있지 않다는 걸 알지만
넉넉한 당근 뭉텅이를 보니 과한 욕심이 생겼던 모양이다.

"나, 당근있다" 이거다.
돼지고기  간장볶음에도 채썰어 넣고..

강된장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지만 또 당근채 볶음이 수북히 얹어졌다.
(강된장으로 가려진 게 훨씬 보기는 낫다.)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털어넣고 볶은 돈육 콩나물 두루치기..

당근이 고기보다 밑에 더 많다.
당근 콩나물 두루치기라고 불러다오..

떡볶이다.
잡채랑 떡볶이랑 같이 먹으면 환상궁합이라는 잡채 떡볶이..
다행스럽게도 볶아 놓은  당근채가 조금밖에 없어서 조금만..

당근을 넣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다만..
떡볶이에 불필요한 야채는 당근이 되겠다.
그리고 아무리 대파가 없다고 해도 파채절이용 파채도 안 넣는 걸로..

뻘건 국물에 당근채, 보일락 말락..
"당근,너는 고현정이 아니란다.0,0" ""

당근은 초록색과 있어야 더 돋보이고
당근은 잡채의 꽃이 아니던가?

간장물에 볶은 당면에 갖은 야채를 얹고 가볍게 볶으면 끝..

만약 이 잡채에 당근이 없었다면..?
 섬초와 어울리는 당근채를 보며 으쓱!!
남은 당근의 숫자를 확인해 본다. 아직 많다. 우휴...

새해 첫날!!
나에겐 의도치 않는 숙제가 생겼다.
남은 당근 10개, 야무지게 먹기!!



덧글

  • 늄늄시아 2016/01/01 14:47 # 답글

    당근채.. 정말 너무 넣으면 색이 튀어서 과유불급이 되더라구요. 근데 약간이라도 넣는 편이 훨씬 이쁘기에... 냉장고에 다른 야채는 몰라도 당근은 꼭 있게 되네요.
  • 손사장 2016/01/02 01:01 #

    맞아요. 넣으면 훨씬 예쁜데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넣는 게 낫다 싶을 때 많아요.

    늄늄시아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좋은 일 더더더 많이 있으시길 바라요.
    올 한해도 건승하십시오.
  • 애쉬 2016/01/02 01:48 # 답글

    어릴 땐 참 싫어했는데 언제부턴가 잘 먹게 되네요^^

    중앙아시아 음식 쁠로프(양고기 볶음밥=양고기 기름밥)에는 참 많은 양이 들어가는데(원래 그 지방 당근은 샛노란 색이지만) 양고기 기름을 먹은 당근은 생선조림의 무 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이더라구요

    한 그릇을 차리더라도 제대로 해서 먹고 싶을 때가 있죠^^ 응원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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