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오늘, 월요일인데 집에서 뒹글뒹글...
"뒹글뒹글"보다 더 좋은 건 세상에 아마도 없을 거 같은 하루였다.
이 더운 여름이 지나면 난 이사를 가야한다.
그래서 요즘 슬슬 짐을 싸고 있는데 제일 골칫거리이자 보물이 바로 그릇이다.
아무리 짐을 줄여보려고 버리거나 나눔할 그릇을 분리해 봐도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고 그 어떤 거 하나 추억거리 아닌 게 없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500원 짜리 종지에서 부터 아,가에서 산 천 원짜리 접시까지
가격을 떠나서라도 그릇 고민은 좀 더 해봐야 겠다.
여름이니까 시원한 유리그릇 몇 가지 꺼내놨다.
역시 여름엔 유리그릇이 최고다.

오늘 저녁은 얼마 전에 담근 열무김치와 석박지가 알맞게 익어 꺼내봤다.
맛있게 익은 김치랑 잔멸치 마늘볶음만으로는 그럭저럭 끼니야 해결하겠다만은
2%도 아닌 200%부족한 저녁을 먹기는 싫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우리 집 냉장고를 위,아래 뒤졌다.
아무리 김치와 어울릴만한 그 뭔 재료를 찾아도 없다.
"왜 없지?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마트에 너무 뜸했나?

닭날개가 있다.
밥,김치랑 먹기엔 조금 아깝지만 더 이상 꺼낼 메인이 없어 닭날개 튀김을 했다.
닭날개 13개, 진간장,올리고당, 소금약간,후추,다진마늘, 소주를 넣고 양념을 30여분 재워놨다.
생강(즙)이 있다면 더 좋겠다.

튀김 사진을 굳이 보여주는 이유가 있다.
간장으로 양념한 닭튀김은 옷을 가볍게 입혀도 간장 양념 때문에 색깔이 금방 나온다.
너무 뜨거운 기름에 색만 보고 꺼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
하지만 간장 양념이 맛은 더 있다.

닭날개 튀김이 완성 됐다.
나름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려고 했는데 빨간색 파샐러드 접시 NG!!
나야 세트로 깔맞춤 하는 세팅은 별로라 이래저래 짝짝이로 맞춰 보는데 학창시절 미술 점수 생각난다. -.-"
마땅한 닭날개 담을 접시가 없어서 시원한 청자색 접시를 꺼내봤다.

더 잘 차릴 수는 없을까?
한나절 집에서 뒹글었다고 체력이 충전됐는지 밥상 위에 허세가 떨고 싶어진다.
떨어봤자이긴 하다. 마땅한 뭣도 특별한 채소가 없고
파김치 담그고 남은 실파가 있어 접시에 깔아봤다.

닭날개의 색은 이렇다.
바삭하니 잘 튀겨졌고 간장 양념 간이 딱 좋다.
저 실파가 없었다면 허전했을까?

파를 밑에 깔아도 보고 위에 얹어도 봤지만...?
닭튀김에 조연은 그 무엇도 필요없다 싶다.
주연이 닭튀김인데 감히...

아쉬운 대로 떨어 본 실파 허세는 그럭저럭..봐 줄만 하다며
닭튀김과 여름김치로 잘 먹은 저녁이었다.
덧글
마음이 말을 안 들어서 매일매일이 외식이네요.
가끔 들러주세요.그럼 가끔 멋질지도 몰라요.ㅋ
튀김도 겁내지 않고 자주 하시는 것 같은데 튀기고 난 기름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
그맛이랑은 전혀 다른데 밑간을 간장으로 확실히 하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요.
제가 사실 겁내는 거 없어요. 그런데 이젠 마음이 말을 안 들어서 튀김도 그렇네요.
집에 기름이 많아서 여유롭게 쓰고 있지요. 튀김 하고 건더기 걸러내고 유리병(튀김 전용 기름통)에 넣어 보관 했다가
2,3번 더 쓰고 더러워지면 미련없이 버려요. 기름까지 궁상 떨면 배가 더 나올까봐요.ㅋㅋ
오랜만이세요. 점장님